그저 묵묵히 버티는 게 인생이다. 군락을 이루고 사는 소나무도 우리처럼 묵묵히 버티고 산다. 누군가가 물었다. 다시 태어나 새롭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지난 시간을 그리워는 하지만 다시 살아낼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시간들은 그냥 그리워하면 그만이다.
예고 없이 뇌경색이란 날벼락같은 병으로 병석에 계신 우리 엄마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뭐라고 하실까? 구십 세를 두 해 남기고 쓰러지셔서 만 일 년을 넘게 병석에 계시니 내년이면 구십이시다. 말씀도 못하신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야말로 유구무언인 우리 엄마! 누구 말대로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버티셨다. 버틴 끝이 이 형국이란 말이냐고 소리치고 싶으실 거다. 야속하다. 누가 이런 장난질이냐고 묻고 싶다. 생과 사의 경계에 계신 우리 엄마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저 지긋이 두 눈 꼭 감을 뿐.
뒤짚고 기고 서고 걷고 달리고 어느새 자식까지 낳고 기르고 이제는 뭘 더 할게 남아있을까 했더니 숙연하게 일몰을 지켜봐야 했다. 말없이 가는 뒷모습으로 '생은 이런 거란다.'를 진하게 보여준다. 우리도 그들처럼, 그들도 우리처럼 그렇게 살아낼 것이다.
큰아이가 다섯 살 때 내 눈을 바라보며 "엄마, 엄마 눈에 내가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어느 어버이날 둘째로 부터 "엄마, 호강시켜 드릴게요."라고 쓴 편지를 받았습니다. 셋째의 멘토가 누구냐는 숙제의 답이 '엄마'였습니다. 내게 엄마는 '사랑과 존경'입니다. 저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우리 엄마의 딸입니다. 엄마와 자식의 깊은 마음을 글로 남기는 엄마입니다.